그리스인 조르바, 진정 자유로운 인간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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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무지 아름다운 초록빛 돌을 발견했음.
빨리 올 것. 조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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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 자유로운 인간은 어떤 모습일까요? 저는 '조르바'를 만나고 깨달았습니다. 이 사람, 진짜다. 이 그리스 남자는 순수하면서도 야성적입니다. 언제나 당당하고, 본능에 충실하고, 여자를 엄청 좋아합니다. 근데 또 일을 할때는 무섭게 몰입하여 밥과 여자도 잊습니다. 눈앞에 것 외 다른 건 잊어버리며, 무지무지 아름다운 초록빛 돌을 보고 감탄하죠.

한 번에 한 가지씩만 생각하자고요
밥이 앞에 있으면 밥에 정신을 쏟고
내일 우리 앞에 갈탄이 있을 땐
갈탄에 정신을 쏟읍시다
일을 어정쩡하게 하지 맙시다

　뜨끔해집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되면서 밥 먹을때도, 일 할때도, 사람을 만날때도 늘 붙들고 있습니다. 밥을 먹을땐 음식의 맛을 즐기고, 일을 할 땐 완전히 몰입하고, 사람을 만날 땐 그 사람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것이 당연한건데 말입니다. 매일 어정쩡하게 살고있는겁니다.

네 저는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몇 번이나 말해줘야 해요?
나는 아무것도, 아무도 안 믿어요
오직 조르바만 믿어요
조르바가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사람이라서가 아니에요
절대로, 정말 절대로 더 낫지 않죠!
그놈도 짐승이에요
하지만 내가 조르바를 믿는 까닭은
내가 조정할 수 있는 유일한 놈이기 때문이죠

　내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더욱 절실히 느끼는 사실이죠. 좋은 사람들도 분명 많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가장 가까운 가족도 내 뜻대로 할 수 없고, 내 뜻을 얘기해도 오해가 생기기 십상입니다. 스스로 확고한 기준을 갖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게 믿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예를들어 내가 물을 마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내가 가서 물을 떠마시는 겁니다. 다른 사람을 믿고, 물을 떠와달라고 하면, 다른 사람의 행동에 따라 결과가 바뀌게 됩니다. 나는 물을 못 마실 수도 있는거지요.

비웃어요
나는 상관없어요
나도 비웃는 대장을 비웃으니까요
이런 식으로 이 세상에서 비웃음은 끝이 없답니다
누구나 다 미친 구석이 있죠
내 생각에 조금도 미치지 않은 것이
제일 미친 겁니다

　모든 사람은 미친 구석이 조금씩 있습니다. 결점 없는 인간은 없지요. 그렇기 때문에 정상인척 너무 애쓸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이 내 기준에 미친짓을 하더라도 이해하면 되는겁니다. 특히 한국사회는 남들과 다름을 많이 두려워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누구나 다 미친 구석이 있습니다. 조금도 미치지 않은 것인 제일 미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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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길, 새로운 계획
난 지나간 일 따위는 생각하지 않아요
미래의 일도 신경쓰지 않지요
지금, 바로 이 순간
바로 그것만 신경씁니다
난 스스로 이렇게 묻죠
조르바, 넌 지금 뭘하고 있는게냐?
잔다. 그럼 잘 자라!
조르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냐?
일한다. 그럼 열심히 일해라!
조르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냐?
여자를 껴안고 있다. 그럼 여자를 꼭 껴안아라!
그리고 모든 걸 다 잊어버려라,
이 세상에는 그녀와 너 이외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신나게 즐겨라!

　우리는 지나간 일에 대한 추억과 후회로, 다가올 일에 대한 기대와 걱정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나요.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집중하고 즐기는 것이 가장 행복합니다. 잘땐 아무생각 없이자고, 일할 땐 일하고, 맛있는 걸 먹을땐 맛있게 먹으면 됩니다. 삶의 아주 단순한 영역에 충실하면 됩니다.

부불리나 생전에 그 어떤 카나바로도
지금 대장이 보고 있는, 이 누더기 조각을 걸친
조르바 영감이 그녕게 해준 것 만큼의
기쁨을 주지 못했죠
왜냐고요?
그건 다른 카나바로들은 키스를 하면서도
함대며, 크레타며, 그들의 왕들,
훈장, 집에 놓고 온 마누라 따위를 생각하지만
나 조르바는 모든 걸 잊고
키스만 하기 때문이죠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무리 매력적인 이성이라도, 키스할 때 딴 생각을 한다면 정이 떨어집니다. 키스할 때는 모든 걸 잊고 키스만 하는 겁니다. 같이 있는 순간에 상대에게 집중하는거야 말로 엄청난 매력입니다.

무지무지 아름다운 초록빛 돌을 발견했음
빨리 올 것. 조르바.

　조르바의 말 중 가장 좋아하는 말입니다. 조르바는 멀리 독일에 있는 '대장'에게 빨리 오라고 전보를 보냅니다. 당시에 수백만 명의 독일인은 굶주림과 추위로 죽어나가고 있었고,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대장은, 조르바의 전보에 화가 납니다. 인류가 이런 굴욕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름다운 초록빛 돌 하나를 보러 수천 킬로미터를 달려오라고 전보를 치다니... 동정심도 없다며 비난합니다. 결국 대장은 떠나지 않았습니다. 미친짓을 하지 않은 것이죠. 조르바는 답장을 보냅니다. "대장, 참 불쌍한 사람이군요. 당신은 먹물이에요. 가련한 양반, 당신은 생애에 단 한 번 뿐인 아름다운 초록빛 돌을 볼 기회를 차버렸어요."


　 조르바는 정말 동정심도 없는 이기적인 사람일까요? 저는 이 상황이 비유라고 느껴집니다. 이성과 본능에서 어떤걸 따를건지를 묻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상의 상황으로 가져와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 있는지, 팀원 모두가 짜장면을 시킬때 짬뽕을 시킬 수 있는지, 팀장님보다 먼저 일어나서 정시에 퇴근하고 집에가서 아이들과 놀아 줄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조르바라면 모두 그러게 할 겁니다. 초록빛 돌을 보러 당장 떠나겠지요. 아름다운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며, 야수의 본능에 따라 행동하며, 때로는 미친짓도 벌이는 진정 자유로운 인간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