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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을거리/책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요약, 알랭 드 보통 (책리뷰)

by SunFree 2021.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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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랑하기 쉬운 사람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현실적인 내용으로 사랑을 파헤칩니다. 알랭 드 보통의 통찰력에 여러번 감탄하는 구절이 많아 밑줄을 많이 치면서 읽었습니다. 공감되었던 사랑에 대한 구절 몇가지를 소개하면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참고로 소설의 주인공은 '나'와 '클로이'입니다. 남자를 이름없이 '나'로만 지칭하는 것은, 소설의 몰입을 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장 사랑하기 쉬운 사람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우리가 사랑에 빠진 사람이 누군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집니다. 본능적인 욕망이 특정한 입이나 코나 귀를 선택하고, 몸의 곡선이나 보조개가 마음에 들어옵니다. 때론 형태가 없는 것 일 수도 있습니다. 목소리나 카리스마가 될 수 도 있고, 운동하는 모습, 예의바른 모습에 어떤 한 사람이 마음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화를 시작합니다. 알랭 드 보통은 여기서도 짧지만 핵심적인 표현을 보여줍니다.

대화는 두서없이 이어져나가면서
서로의 성격을 흘끔거릴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구불구불한 산악도로에서
잠깐씩 경치를 구경하는 것과 비슷했다

 산악도로에서 잠깐씩 보이는 경치, 결국 부분만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랑하게 된 사람의 부분만을 보고, 놀라우리만큼 상대방을 이상화합니다. 소설에서 '나'는 '클로이'를 영국행 보잉 767에서 만나 옆자리에 앉은 확률을 계산합니다. 그리고 '나'의 계산은 1/989.727 입니다. 어떤일이 일어날 확률이 엄청나게 낮은데, 결국 일어났다면 운명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스스로를 설득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지나치게 아릅답다고 생각합니다. 구두는 약간 촌스럽지만 그래도 개성이 있으며, 약간 벌어진 그녀의 치아도 아름답습니다. 여기서 구두를 꼭 기억해주셔야 합니다. 아무튼 '클로이'에게 푹 빠진 '나'를 표현한 재밌는 표현이 있습니다.





비너스가 뭘 좀 마시고 싶어하여,
그녀와 큐피드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둘 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것은 상대가 따분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매력적인 사람고 함께 있을 때
둘 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따분한 사람은 나 자신이 되고 만다.

 '클로이'는 나에게 비너스이고, 나는 그녀의 '큐피드'입니다. 여신께서 무엇을 좀 마시고 싶어하여, 함께 무얼 마시러 엘레베이터를 타러갑니다. 그녀와 함께 타는 엘레베이터는 그리스 신화의 한 순간이 됩니다. 그리고 재밌는 통찰이 또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있을때, 어색한 분위기는 내가 따분한 사람인거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과 있을때, 어색한 분위기는 상대가 따분한 사람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은 이상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따분한 사람일 수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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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나의 인생으로 걸어들어와
나를 사랑하고 이해한다고 주장하는 여자가
이런 구두에 끌릴 수 있을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상대의 작은 결점이 크게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구두가 촌스러워 보이고, 이런 취향이 나와 사랑에 빠진 것이 이상합니다. 콩깍지가 씌였던게 벗겨지기 시작합니다. 상대방의 수많은 장점들은 당연한 것이 되었고,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마음에 들지 않는 '구두 하나'만 눈에 들어오고 거슬립니다.



나는 클로이를 사랑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훨씬 더
얼룩덜룩했다.

 현실의 연애와 사랑은 로맨스만 있지 않습니다. '빨래'도 있고, '코골이'도 있습니다. 세상의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우리 사랑 사이에도 존재합니다. '얼룩덜룩'하게 말이죠. 모두가 얼룩덜룩하게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녀를 알기 때문에 그녀를 갈망하지는 않는다.
갈망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들을 향할 때에는
무한정 뻗어 나갈 수가 없다.
갈망에 필요한 신비가 없기 때문이다.
반명 몇 분 동안, 또는 몇 시간 동안 보았다가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얼굴은
정리할 수 없는 꿈,
규정할 수도 없고 꺼버릴 수도 없는
욕망에 필수적인 촉매가 된다.

 야속한 말이지만, 인간은 그렇게 생겨먹었습니다. 나쁜게 아닙니다. 생존하기 위해서 입니다. 우리의 뇌는 아무리 강한 행복과 슬픔이라도 반복이 된다면 적응합니다. 생존을 위한 뇌의 구조 덕분입니다. 행복에 적응하지 않는다면 사람은 죽을겁니다. 만약 먹는 행복을 한 번만 느끼고 만족한다면, 다음날부터는 밥을 먹지 않을것이고 굶어 죽을겁니다. 사람을 만나는 행복을 한 번만 느끼고 만족한다면, 단 한 명의 여자친구만 만나고, 사회생활, 친구관계를 맺지 않을 겁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생존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슬픔에 적응하지 않아도 사람은 죽습니다. 계속 슬픈 감정에 휩싸여 자살하겠지요. 결국, 신비로운 것, 새로운 감정과 자극을 찾는 것은 사랑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때문에 식어버린 상대의 탓만 할 수 도 없습니다. 상대방의 뇌는 생존활동을 한 것이니까요. 이상적인 연애에서 상대방에게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색다른 경험을 함께하는 것은 꼭 필요합니다.




나는 그녀의 짜증을 돋우는 존재가 되었다.
상대의 반응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대응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더 혐오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오해가 쌓이고 관계가 멀어지는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상대방이 짜증을 내면, 같이 짜증을 내고싶지 않아 관심을 꺼버립니다. 악플보다 무플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죠? 같이 짜증내고 싸우는 상대방은, 조금의 애정이라도 남아있는 것입니다. 내가 뭐라고하던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건 정말 사람을 미치게하죠. 상대방과 얽힌 마음을 풀고싶다면 반드시 대화가 필요합니다. 설령 싸우더라도 말이죠.



일단 한쪽이 관심을 잃기 시작하면,
다른 한쪽에서 그 과정을 막기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슬픈 말입니다. 맞는 말이라서 더 슬픕니다. 마음이 완전히 떠난 상대를 붙잡아 본 사람은 알 수 있을겁니다. 이게 얼마나 슬픈 상황인지. 나는 저 사람을 붙잡고 싶은데, 내가 무엇을 해도 붙잡을 수 없는 상황. 결국 지쳐서 나역시 돌아서게 됩니다.




모든 삐침의 밑바닥에는
그 즉시 이야기를 했으면 아무렇지 않게
사라질 수 있는 잘못이 놓여있다.
불쾌한 일이 있으면 그 즉시 화를 표현하는 것이
가장 너그러운 일이다.

 아주 맞는 말입니다. 서운한 일, 불쾌한 일이 있다면 그 즉시 이유를 말해주고 알려주는게 가장 좋습니다. 너그러운 일이죠.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다면, 상대방은 '내가 무얼 잘못 했는지' 알 수 없어서 답답하고 더 짜증납니다. 반대로 삐친 사람도 내가 삐친 이유를 몰라주는 상대방이 점점 더 미워집니다. 불만은 꼭 말로 표현해주는게 무조건 좋습니다.




그런 떨림은 한 가지를 의미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다시 한 번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

 나와 클로이는 '얼룩덜룩' 사랑했습니다. 클로이의 일부분을 보고 사랑에 빠졌고, 나머지는 내 상상으로 채웠습니다. 그녀는 나의 '비너스'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촌스러운 '구두'가 눈에 들어오고, 콩깍지는 벗겨집니다. 더 이상 신비롭지 않은 클로이와 자주 싸우게 됩니다. 그리고 이별합니다. 행복했고 슬펐습니다. 두 번 다시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하지만 나는 다시 한 번 '떨림'을 느낍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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