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감각을 깨운다
일상적이지만 소중한 것들,
스스로 몰랐던 나의 모습,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을
내 눈앞에 보이는 형태로 구성해낸다
『영혼의 미술관』에서 알랭 드 보통은 예술이 우리삶에 필요한 이유를 소개합니다. 총 7가지 좋은점을 소개해주는데, 그와 관련된 예술작품을 삽화로 같이 보여줍니다. 예술은 더 예민한 감각을 갖게 해주며, 감정/자아/일상의 소중함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예술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책을 관통하는 단어 하나가 있습니다.
예술은 감각을 깨우는 도구
책에 실린 어떤 그림은, 알랭 드 보통의 글을 압도합니다. 굳이 저자의 설명이 없더라도, 그림이 내 감각을 깨우는 것입니다. 열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나은 셈입니다. 비슷한 경험을 얼마전 다녀온 '피카소 전시회'에서 느꼈습니다. 많은 소설과 에세이가 전쟁의 잔인함과 슬픔을 묘사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학살 (1951)'을 실물로 본 느낌은, 모든 소설과 에세이를 압도합니다. 눈앞에 마주한 2m 길이의 캔버스는 굳이 긴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 설명하지 않음에도 직관적으로 느껴집니다. 일그러져 녹아내리는 듯한 여자의 얼굴, 체념한 듯 눈을 감은 여자와 임신한 것으로 보이는 배, 엄마품에 얼굴을 묻은 아이, 천진난만하게 흙놀이를 하는 아이. 그리고 그들을 겨누고 있는 사이보그같은 군인들. 두 무리 사이를 흐르는 강물. 이 그림을 보는 누구라도 마음이 먹먹해질 것입니다. 이처럼 예술은 감각을 깨우고, 감정을 이해하는데에 도움을 줍니다.
일상으로 들어가면 예술은 더 소중해집니다. '한국에서의 학살'같은 전쟁상황은 인생에서 경험 할 확률이 낮지만, 일상은 평생을 함께하기 때문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첫 걸음마(1890)'를 보면 따뜻함과 행복감이 전해집니다. 아버지는 삽을 팽개쳐두고 딸이 걸어와 안기기를 두 팔 벌려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혹여나 딸이 넘어질까 허리를 숙이고 언제든지 잡아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햇빛도 참 따뜻해 보입니다. 작은 텃밭과 소소한 아담한 집이 '첫 걸음마'의 순간을 감싸고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 늘 있지만 소홀해지기 쉬운 것들. 진정 가치있는 것들이 이 그림을 보면 다시 보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겐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해주는, 무엇보다 훌륭한 예술작품이 있습니다. '사진'입니다. 고흐의 '첫 걸음마'도 좋습니다. 하지만 오래된 앨범 속에서 잠자고 있는 가족사진이 더 좋습니다. 나의 가족사진은 지극히 개인적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속에는 내가 있고 나의 가족이 있습니다. 나의 첫 걸음마, 내 동생의 첫 걸음마, 내 어머니, 아버지의 첫 걸음마가 담겨있습니다. 예술은 멀리있지 않습니다. 지금 책상위에 올려둔 사진 한 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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