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물리학의 끝에서 발견한 '사랑'
코스모스
『코스모스』에서 칼 세이건은 우주의 이야기로 시작해, 인간의 이야기로 끝을 냅니다. 우주를 연구하는 천체학자가 인류에 대한 통찰을 전달합니다.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코스모스'의 뜻을 알아야 합니다. 코스모스 (Cosmos)는 우주의 질서를 뜻하는 그리스 어이며, 카오스 (Chaos)에 대응하는 개념입니다. 코스모스는 만물이 서로 깊게 연관되어 있음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우주가 얼마나 오묘하고 복잡하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경외심이 이 단어에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의 매력은, 과학과 철학의 Cosmos에 있습니다. 과학과 철학이 참 조화롭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천체학자가 쓴 과학책이지만, 성경, 도덕경, 장자, 창조신화 등 철학적인 메세지도 인용하고 있습니다. 각 단원의 제목도 문학적인 표현으로 주제를 함축합니다.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우주 샘영의 푸가, 붉은 행성을 위한 블루스, 밤하늘의 등뼈와 같이 말입니다.
각 단원마다 우주에 대한 과학적 발견을 설명하고, 과학적 발견에서 느낀 철학적 메세지를 전합니다. 과학지식을 나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철학적인 생각을 곱씹게 한다는게, 이 책이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이유입니다. 우주를 설명하는 전문적인 내용들이 나와 이해가 안될 수 도 있지만, 잘 모르겠는건 넘기면서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책에서 재밌게 읽었던 내용을 하나 소개합니다. 사진은 보이저 우주선에 실려있는 레코드판 입니다. 목성과 토성을 탐사할 목적으로 쏘아올린 두 대의 보이저 우주선은, 현재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이제 보이저는 인간문명을 외계문명에 전달하는 임무를 시작한 것입니다. 위의 사진은 레코드판으로 지구 생명체의 소리와 사진이 담겨져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레코드판의 겉표지인데, 레코드판을 트는 방법과 지구 위치에 관한 정보가 적혀있습니다. 레코드판은 금으로 만들어져, 우주 공간에서 10억년 동안 건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메세지를 우주공간으로 날려보낸다는 사실 자체가 인류에겐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서로 사랑하라
칼 세이건이 결국 전달하는 메세지는 '사랑'입니다. 과학자가 평생 우주를 연구하여 '사랑'을 발견한 것입니다. 다소 어울리지 않는 과학과 사랑은 어떻게 연결되었을까요? 여기 코스모스의 핵심 메세지를 담은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입니다. 이 사진은 1990년 2월 14일 보이저 1호가 촬영한 '지구'입니다. 아주 작은 점으로 보입니다. 이 사진을 찍을 당시 보이저 1호와 지구와의 거리는 61억km 였습니다.
창백한 푸른 점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겸손해집니다.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인류의 자만이 어리석게 느껴집니다. 우주 속 찰나를 살다가 가는 인생에서, 왜 그렇게 미워하는지, 사랑하며 살아갈 시간도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평생 우주를 연구했던 칼 세이건은 이 감정이 더 절실히 와닿았나 봅니다. 칼 세이건은 말합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보면 작은 점에 불과한 지구입니다. 그러나 우리 인류에게는 다릅니다. 저 작은 점이 우리 집이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이 일생을 살았던 곳입니다. 우리의 모든 기쁨과 고통이 저 점 위에 존재했고, 문명과 전쟁이 존재했습니다. 저 작은 픽셀의 한 쪽 구석에서 온 사람들이 같은 픽셀의 다른 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저지른 셀 수 없는 만행을 생각해 보십시오. 얼마나 잦은 오해가 있었는지, 얼마나 서로를 죽이려고 했는지. 위대한 척하는 우리의 몸짓, 스스로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믿음, 우리가 우주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망상은 저 창백한 파란 불빛 하나만 봐도 그 근거를 잃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지구는 생명을 간직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인류가 느끼는 자만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멀리서 보여주는 이 사진입니다. 제게 이 사진은 우리가 서로를 더 친절히 대하고, 이 창백한 푸른 점을 아끼고 보전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집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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