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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을거리/책

김영하, 여행의 이유 (책리뷰)

by SunFree 202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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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통해 원래 찾으려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을 얻고 돌아온다.

대체로 그것은 깨달음이다.


 

 

얼마전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코로나가 끝나고 3년만의 해외여행. 일본 도쿄를 가고자 했던건 세계매출 1등이라는 '이세탄 신주쿠 백화점'에 한 번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고, 후지산이 보이는 호숫가에서 멍 때리고 싶어서였다. 여행겸 시장조사겸 시작된 여행은 어떻게 리뷰할 수 있을까? 그 대답은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 속 문장으로 대신 할 수 있겠다.

 

 

(본문중) "여행기란 본질적으로 무엇일까? 그것은 여행의 성공이라는 목적을 향해, 집을 떠난 주인공이 이런저런 시련을 겪다가, 원래의 성취하고자 했던 것과 다른 어떤것을 얻어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결말에 이르러 주인공은 원래 찾으려던 것과 전혀 다른 것을 얻는다. 대체로 그것은 깨달음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쇼핑에도 관성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살면서 쇼핑을 가장 많이 한 게 올 3월이었다. 면세부터 시작해서 일본의 백화점에서도 쇼핑을 꽤나 했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옷을 몇 벌 더 구매했다. 한 번 사기 시작하니까 관성이 붙어서 계속 사고 있었다. 산 물건들에 후회는 없다. 오히려 잘 산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어울리는 좋은 향수, 수트, 청바지, 자켓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외면은 내면만큼이나 중요하다. 꼭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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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건 조화로워야 한다. 다시 말해 밸런스가 중요하다. 외면과 내면의 조화가 중요하고, 소비와 저축의 조화가 중요하다. 외면에 대한 투자와 소비를 했으니, 다시 내실을 다지고 저축하고 자산을 모아가야 한다. 너무 안써도 사람이 정신적으로 빈곤해지고, 반대로 너무 많이 쓰면 현실이 빈곤해진다.

 

 

도쿄여행은 내 인생에 있어 또 하나의 경험이 되었다. 오모테산도에서 재밌는 편집샵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고, 명품샵 직원들이 문 밖까지 나와 인사해주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최고의 서비스를 받은 기분이 들어 좋았다.

 

 

특히 이세탄 신주쿠에서는 집약적인 백화점의 끝판왕을 볼 수 있었다. 집약적인 상업시설이 최근의 트렌드는 아니지만, 이세탄 신주구 정도로 집약적이라면 남들은 할 수 없는 컨셉이란 생각이 든다. 아키하바라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도 뒤덮힌 건물들도 정말 특이한 풍경이었다. 철도의 나라 답게 도시 곳곳에 다니는 지상철들도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일본만의 풍경이다. 요란하다라는 말이 딱 맞는 돈키호테샵도 기억난다. 

 

 

도쿄의 도시 명소들은 너무 재밌는 경험이었다. 서울과 비슷하겠지란 생각으로 큰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교차로라는 '시부야 스크램블에그', 하필 결혼식이 있어서 도쿄의 일상이 더 생생하게 와 닿았던 '도쿄타워', 인파에 밀려 걸어다니면서도 길거리 음식이 다 맛있었던 '아사쿠사', 입장종료 직전에 겨우 들어갔지만 그래서 더 고요하고 좋았던 '메이지 신궁과 요요기 공원', 고질라 머리가 인상적인 '신주쿠 스트릿', 달리는 택시에서 바라보는 반짝이는 '도쿄의 밤거리'.

 

 

(본문중)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절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산이 어떤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이번 도쿄여행은 내 인생의 행로에 미묘한 변화를 주었다. 일본의 서비스, 리테일샵을 체험했고, 나에게 어울리는 향기와 옷들을 구매했다. 소비에 대한 생각도 다시금 정리되었다. 나중에 어떻게 좋은효과로 돌아올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건 이번 여행을 통해 가능성과 잠재력이 더 생겼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일본에서 경험한 것들이 한국에서의 일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내 옷차림과 향수가 누군가에게 호감을 주고, 나에게 무의식적인 호의를 베풀 수도 있다. 소비에 대한 생각정리도 내 인생의 밸런스를 잘 맞춰갈 수 있는 기준이 되었다. 앞으로도 여행이란 언제나 이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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